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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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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시 00분

공지사항

신혼일기..하나에서 열까지 책으로...

신혼때 생각하면 참 웃음이 납니다.
이른 나이에 결혼을 하기는 했지만 음식도 곧잘 했었고 집안일도 곧잘 했어요.
하지만 남편의 입맛을 잡기엔 무리였었나봐요.

"이거..이거..이거..이런건 내가 안좋아하는거야...알았지?"
"그럼 어떤거 좋아해?"

야채종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남편은 식탁에 차려논 나물종류는 젓가락으로 밀면서 자긴 이런거들은
싫어한다며 하지 말라는 뜻으로 말을 했죠.
순간 기분은 정말 나빴어요..
무슨 어른이 반찬 편식을 하나...싶었죠.
뭘 좋아하는지 모르던 나는 당장 서점으로 가서 요리책을 몇권 구입을 했어요.
오늘은 이런요리...내일은 또다른 요리..
요리책에 나와 있는 요리들을 매일매일 하기 시작했죠.
물론...하기 쉬운 요리들이었어요.
매일 새로운 음식들이 나올때마다 남편의표정을 살폈지만 썩..좋아하는 표정이 아니었어요.
그때마다 맥이 빠졌죠.
도대체 입이 왜이리 짧은걸까?나중에 우리 애들은 절대 저렇게 안가르쳐야지..하는 마음과 함께 계속
매일 다르게 조금씩 바꿔가며 음식을 했어요.

"이건 왜이리 짜?이건 또 왜이리 싱거워?"
"그럼 어떤걸 해주면 되는데?"
"........."

말을 해주지 않는겁니다.
하루는 너무 짜증이 나고 매일 다른 음식하는것도 힘들고 해서 고기를 사다가 구워서 줬어요.
세상에 ..
너무나 잘 먹는겁니다..
자기는 고기종류를 너무 좋아한다고 그때서야 말을 하더군요.
한달 내내 고기만 먹어도 안질려하더라구요.
저는 내 몸에서 돼지냄새가 나는것 같았어요...그 고기굽는 냄새가 온몸을 감싸안은듯했죠.
이때까지 내가 고생하면서 만든 음식들....허탈해지는 순간이었어요..
하지만 남편이 좋아하는 걸 알았으니 그 위주로 해 주기 시작했죠.
하루는 그냥 구워먹고...하루는 양념장에 재워서 구워먹고...하루는 그냥 구워먹고...양념장에 재워구워먹고.
하여튼 고기를 구워먹는건 변함이 없었어요.
이런말도 들었어요.

"자기야...우리 엄마가 음식잘 하시는거 알지?가서 좀 배워와서 해주면 되지...안그래?"

물론 어머니께 여쭤보고 그대~~~로 해도 그 맛이 안나는걸 나더라 어떡하라구요..ㅠㅠ
그래서 그냥 무대포로 내 방식대로 해서 먹었죠.
먹기 싫음 먹지 말라는 식으로 말이죠..
지금은 어떻냐구요?지금도 물론 고기종류를 좋아해서 고기는 식탁에서 빠지지 않지만 신혼때와는 달리
야채도 잘 먹는답니다..
애들이 태어나고하니 입맛도 조금씩 조금씨 바뀌더라구요.

남편의 입맛에 거의 맞춰지고 있지만 신혼때만큼은 아니랍니다..
그때 비하면 정말...사람된거죠..^^
그래도
풋풋했던 신혼때가 가끔 생각이 납니다..

왁스..내게 남은 사랑을 다 줄께....신청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