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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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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덕분에 안 얼어 죽었어!”


야근을 한 어제부터 다시금 기온이 급강하했습니다. 일주일 여 평년기온으로 올라 살맛나는 세상이 될 듯 하더니 동장군은 그예 또 심술을 부린 것이었죠.

 

야근을 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당일 밤보다 날짜가 바뀐 이튿날 새벽이 가장 춥습니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요즘 한겨울의 날씨는 삼한사온이 아니라 삼한사한으로 계속하여 강추위가 엄습하는 까닭에 여간 춥지 않지요.

 

여하튼 오늘 새벽도 강풍에 편승한 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린 때문에 순찰을 돌 적엔 더욱 추워 전신이 바짝 긴장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어제 출근 전 강추위에 미리 대비한 덕분에 얼어 죽진 않았지요.

 

즉 가족 덕분에 무사히 야근을 마치고 오늘도 아침에 보무도 당당하게 귀가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럼 어찌하여 이런 주장을 하는가를 낱낱이 밝히겠습니다. 우선 바지를 입기 전엔 먼저 아내가 재작년에 사서 입던 기모 스키니진을 우선 입습니다.

 

그러나 날씬한 착용감 때문에 허리 부분이 압박감을 느끼는 터라 양쪽 부분의 약간을 가위로 잘라 헐겁게 만들었지요. 그렇게 바지를 착용하면 절대로 춥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상의는 두툼한 내복에 더하여 아들이 거금을 들여 사준 오리털 가득 든 점퍼를 입지요.

 

끝으로는 역시도 지난 저의 생일에 딸이 사준 아웃도어용 장갑을 손에 끼는데 이 역시 여간 훈훈한 게 아닙니다. 야근을 할 적엔 약 두어 시간 휴식시간이 주어집니다. 이 경우에 있어서도 작년에 아들이 사준 침낭을 바닥에 펴는데 이 안에 들어가 누우면 여간 ‘화목한 게’ 아니죠.

 

“태어난다는 것은 신의 섭리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떻게 사느냐 하는 것 뿐이다.” 헨리 워드 비처의 말입니다. 그래서 얘긴데 요즘 만인이 겪고 있는 강추위에 대한 고통 역시도 이는 분명 신의 섭리라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이 건 우리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장르의 것이죠. 다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어떻게 강추위를 견디며 사느냐 하는 것 뿐이라 하겠습니다. 절기상으로 대한이 지났건만 추위는 여전합니다.

 

여전히 횡포를 부리고 있는 동장군이 이삿짐을 쌀 시기는 아무래도 입춘과 설날, 그리고 우수는 지나야 비로소 그 낌새가 보일 듯 싶네요.

 

아침에 퇴근하여 아내가 차려주는 뜨거운 된장국에 밥을 한 술 말아먹고 눈을 붙인 뒤 잠시 전 일어났습니다. 방금 전 밖에 나가보니 여전히 춥네요. 그래서 곧 목욕을 한 뒤 오늘 점심은 아귀탕을 잘 하는 집에 가 점심을 먹으렵니다.

 

아내에게 소주를 따라주면서는 “올 겨울은 당신과 우리 아이들 덕분에 나, 안 얼어 죽고 잘 살고 있어!”라는 칭찬까지 덤으로 줄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