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논산훈련소와 건강 단상
아들이 징병검사를 받고 돌아오던 날이었습니다. 예상 외로 밝은 표정이었기에 물었지요. “뭐 좋은 일이라도 있니?” 그러자 아들은 더욱 싱글벙글해서는 이렇게 자랑하는 것이었습니다.
“저, 1급 현역 입영대상자가 되었어요!” “......” 순간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 약간은 처연한 먹구름으로 다가오는 걸 제어할 수 없었지요.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누구라도 자기 아들이 군대 갈 시기가 되면 그 부모는 착잡하기 마련입니다.
누군가는 이른바 ‘신의 아들’이라고 하여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가는 게 우리나라 병역의 어떤 부끄러운 현실이니까요. 특히나 정부가 구성되어 고위직에 임명되는 인사들의 면면을 보자면 그 당사자와 자제들의 ‘병역 의무 탈출’, 그 기막힘의 도는 더하지요.
어쩜 그렇게 이런저런 사유로 병역을 면제받았는지 정말이지 그 노하우(?)는 신통방통의 차원을 넘은 가히 신의 영역과도 같으니 말입니다. 과거 조선시대 때는 돈을 쓰거나 친(인)척과 지인과 위세를 빌어 면군역(免軍役)한 사례가 빈번했다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얼마나 부끄러운 일입니까! 여하튼 본래의 어두운 속내와는 달리 아들의 사기 진작 차원에서라도 칭찬을 아낄 이유는 없었지요. “잘 됐구나, 역시 우리 아들은 아빠를 닮아서 건강하니까 말이다. 아울러 그걸 결국 국가가 증명까지 해 준 셈이네!”
아들은 그 뒤 논산훈련소에 입대했습니다. 그리고 자대배치를 받아 성실하고 열심히 복무하여 건강하게 만기전역까지 마쳤지요. 저는 30년 전에 충남 연기군 소재의 32사 신병교육대에 입소하여 방위병으로 군 복무를 이수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 부자는 국가 존립의 보루 역할에 소홀함이 없는 셈이었지요. 현재 병무청에선 매년 3대(代) 가족의 남자가 모두 현역복무를 명예롭게 마친 가문을 ‘병역 명문가’로 선정하여 표창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걸 의식하는 건 아니지만 여하간 대한민국에서 남아로 태어난 이상에는 병역을 반드시 필하는 것이 국민 된 도리라고 여기는 터입니다. 주지하듯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암운이 자욱합니다.
여기에 최근엔 독도문제로 말미암아 한일관계마저 최악의 난기류 속으로 빠져들고 있지요. 따라서 이러한 때일수록 징집대상 장정들의 군 입대는 자원해서라도 실천해야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어제 근무 중에 지인이 찾아와 자신의 아들이 조만간 군 입대를 한다는 얘길 하기에 문득 생각이 나기에 몇 자 끄적거려 봤습니다. 결론적으로 입영 장정의 정신이 젊고 맑고 건강해야만 나라의 국방 역시도 덩달아 건강한 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