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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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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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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할게요

엄마는 20살에 결혼해서 매서운 시집살이를 했습니다.

TV에서 나오는 그런 호랑이 시어머니는 차라리 낫지요. 종갓집 맏며느리도 아닌데 집안의 대소사에 불려 다니며 음식을 만들기는 예사였고요. 돌아가신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남다르셨던 분들이었고 거기다가 아빠도 젊었을 때는 엄마편이 아니었다고 하네요. 남편 하나보고 시집왔던 엄마 정말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그렇게 고생을 했던 탓인지 몸이 성한 곳이 없답니다.

50중반이신데 10년 전부터 허리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답니다. 병원에 가면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고 합니다. 그만큼 허리를 많이 쓴 게 다 보이나 봐요. 그런 말씀을 하실 때면 자식은 가슴이 메이곤 하지요.

그러던 찰나 5월 달부터는 아예 엄마가 걷지를 못하셨어요. 사실 허리는 안 건드리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 때문에 그냥 주사와 물리치료로 전전했지만 전혀 차도는 없고 상태는 점점 심각해졌어요. 결국엔 수술을 하게 되었고요.

처음 수술실로 들어가던 엄마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동생도 울고 저도 울고. 같이 갔던 이모도 울고요.

하지만 1차 수술은 그다지 효과가 좋지 못했습니다. 퇴원했다가 다시 수술하러 오기가 어려울 것 같아 아예 2차 수술을 위해 계속 입원을 하고 있었죠.

수술 전에는 철심을 박네 어쩌네 말이 많아서 엄마는 겁을 많이 먹었었고, 다행이 철심을 박지 않고 수술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그렇게 7월 중순이 되어 엄마는 퇴원을 했지만 남편, 자식들은 다 출근을 하고 나니 보조기를 차고 다니며 챙겨 먹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엄마와 같이 TV를 보면서 소고기 안심을 먹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제가 물어봤죠.

엄마 저거 맛있어?” (저는 고기를 안 먹습니다.)

글쎄, 엄마는 한번도 먹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세상에……

네 명이나 되는 자식과 시부모를 모시고 사느라 엄마는 이제까지 살면서 한번도 소고기 안심을 못 먹어봤답니다.

그러면서 지나가는 말로

저거 먹으면 힘이 날 것 같다.”

라고 하시더군요.

자식이라고 돈 벌면서도 부모님께 소고기안심 한번 사드리지 못했던 겁니다.

그래서 바로 사다 드렸습니다.

엄마, 어때? 맛있어?”

. 입에서 살살 녹는다.ㅎㅎ

아빠와 둘이서 구워 드시는데, 배부르다고 하시면서도 구워 놓은 것을 맛있게 드시더군요.

마음이 울컥하면서도 한편으론 뿌듯하고, 또 죄송하고 참 머리 속에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그만 구우라고 손사래를 치시더니 어느새 동이 나버렸어요.ㅋㅋ

사실 생각해보면 그래요.

돈 모아서 좋은 것 해드려야지 하다가는 이미 때는 늦는 경우가 많잖아요..

붕어빵 하나라도 살아계실 때 맛있게 드시는 모습 보는 게 더 좋은 것 아닌가요?

돌아가신 후에 제사상을 부러지게 차려 놓은 들 부모님께서 드시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저는 다짐합니다. 앞으로 나의 힘이 닿는 한 좋은 것, 맛있는 것 많이 사드리겠다고요.

이번 주에도 소고기 안심 한 근 사들고 들어가야겠어요.^^

엄마, 자식들이 효도 할게요. 오래오래 사세요~”

신청곡은 편지-김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