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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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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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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고마운 아들 단상

 

지난 설날에 아들은 집에 오지 못 했습니다. 그건 회사의 일이 워낙에 바빠서 짬을 낼 수 없는 때문이었지요. 그 바람에 올 설날의 차례는 예년에 비해 적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에 가까스로 취업하여 아직 첫 월급조차 수령하지 못 한 경제적으로 무능한 이 아빠에게 아들은 별도로 설을 쇠시라며 돈까지 송금해 준 바 있었지요. 그러니 어찌 이같은 ‘효자’에게 칭찬을 마다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한데 아들의 효심 발휘는 비단 이것으로 그친 게 아니었지요. 그제는 또 ‘보령 천북 조미구이 김’(보령 김) 한 세트와 간장약, 그리고 심지어는 최신형 발열 타이즈까지를 정성으로 담아 택배로 보냈습니다. 참으로 고맙기에 냉큼 답신의 문자를 보냈지요.


‘우리 아들이 보내준 선물을 잘 받기는 했다만 이처럼 자꾸 과용을 해서 어쩐다니......?’ 아들은 즉시로 전화를 해 왔습니다. “날씨도 무척이나 추운데 경비 서시려면 밥도 많이 드시고 건강하셔야 돼요! 그래서 보내드린 것이니 아무런 부담 갖지 마시고 오늘도 힘내세요~”


대저 따뜻한 말 한 마디로도 천 냥 빚을 갚는 법입니다. 그렇거늘 하물며 ‘물심양면’으로 정성을 모두 보여준 아들에게 있어서의 제 감사함은 실로 태산과도 같이 커다랗고 묵직함으로 다가오기에 부족함이 없었지요. “우리 아들, 고마워!!”


오늘은 다시금 야근을 하는 날입니다. 그래서 오후에 출근할 적엔 야식, 아니 꽤나 늦을 수밖에 없는 저녁을 도시락으로 지참해야 합니다. 그런데 아들이 보내준 보령 김을 이미 시식해보니 이건 여간 맛난 게 아닌, 그야말로 ‘밥도둑’이더군요!


그러므로 여기에 밥을 둘둘 말아서 가지고 가면 금세 김밥이 되는 것입니다. 반찬이야 별도의 유리병에 김치와 나물 따위를 담으면 되는 것이고요. 사랑하는 아들이 이 아빠 드시라고 보령 김을 보내면서 가외로 간장약과 타이즈까지를 덤으로 넣은 건 평소 심지까지 깊은 아들의 성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라 하겠습니다.


왜냐면 제가 평소 두주불사의 술꾼(지금은 업무 관계로 몸을 사리고 있지만)임과 동시에 주간 근무 때 밖에 나가 보초를 서려면 여간 추운 게 아닌 까닭이죠. 이제 이틀 뒤면 경비 일을 시작한 지 딱 한 달을 맞습니다.


그리고 다음달이면 ‘대망’의 첫 월급을 수령하게 되지요. 그 소중한 첫 월급을 받고 나서 아들이 집에 오면 그동안 아들에게 진 신세의 다만 몇 분의 1이라도 갚을 작정입니다. “늘 고마운 아들아~ 다음달엔 우리 모처럼 부자간에 뜨거운 술도 한 잔 나누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