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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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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양말선물

“선숙아! 오빠왔다. 늦어서 미안!! 오빠가 선숙이 선물사왔다.”

거나하게 술 한 잔걸친 남편의 외침이였습니다.

남편은 일년에 한 서너 번 이렇게 술에 취해 선물을 사옵니다.

그렇다고 거창한 선물도 아닌 검정비닐에 담긴 양말 몇 장입니다.

금액이로 치면 만원정도???

일찍 부모님을 잃은 우리 3남매는 하숙으로 먹고 살아야 했습니다.

제나이 17살. 오빠 대학 입학하는 모습을 꼭 보고싶다던 어머니는 입학 보름전에 돌아가시고, 동생은 이제 중학교 3학년이였습니다.

아버지가 남겨주신 집 한 채가 전부로 하숙으로 우리를 기르셨던 어머니셨는데....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때 오빠가 “나 대학 안 갈란다... 니들 공부나 열심히 해...”

그말 끝에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저는 왜쳤습니다.

“싫어 이집은 내거야. 오빠 안 줄거야,. 내가 하숙집 잘 운영해서 돈벌고 오빠도 지태도 대학에 꼭 보낼거야. 그렇게 알아....”

그 후 저는 학교를 그만두고 하숙집 주인 아가씨로 불리며 대학생4명, 고등학생3명, 그리고 우리식구까지 9명의 식구를 건사하는 억척일꾼으로 살았습니다.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새벽시장은 기본으로 다녔고, 전기세 아끼려 빨래는 전부 손빨래를 고집했습니다.

오빠 대학 친구들이 주로 하숙을 했기 때문에 한 가족같은 분위기로 살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밥상을 들고 하숙생방으로 들어서는데... 왠지 발이 좀 시원하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발을 봐라보니 구멍 난 양말에 엄지발가락뿐만 아니라 검지 발가락까지 시원하게 나와 웃고 있더군요. 어찌나 창피하던지 얼른 밥상을 놓고 나오려는데... 그만 밥상을 받던 하숙생오빠와 눈이 마주쳤고. 동시에 둘이 함께 예쁘지도 않은 제 발가락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얼른 부엌으로 달려가 양말을 벗고 다른 학생들의 밥상까지 전달하고 등교하는 학생들 배웅까지 마쳤습니다.

그리곤 한 없이 “엄마, 엄마”를 외치며 울었습니다.

“나도 학교 가고 싶어!! 나도 교복입고 싶어!!! 나도 엄마가 해주는 밥먹고싶어....”

알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소리없이 집에 들어왔던 하숙생오빠가 제게 검정 비닐봉지를 하나 내밀더군요. 그안에는 하얀 면 양말이 10컬레나 들어있었습니다.

그리고 쪽지 한 장...

‘울지마라 진숙아!!! 넌 씩씩하게 평생 내 밥상을 차려줘야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났어. 나 평생 너희집에서 하숙하면 안되겠니???’

그렇게 구멍난 양말로 우리는 서로의 사랑을 만들 수 있었고, 그후로 남편이 취직하면서 결혼을 했습니다.

물론 지금은 하숙은 안하지만 남편은 아직도 그때 제가 신고 있던 구멍난 양말이 생각나나 봅니다.

오늘 사온 양말에는 꽃 무늬도 있네요.

'내일은 이 양말신고 학교 가야지...'

저는 지금 50를 봐라보는 나이에 대학에 다니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