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소가 된 오늘
매화 향기가 유혹하는 봄.
나는 오늘 소가 되었습니다.
요사이 우리 동네는 묘목의 고장답게 묘목 옮겨 심기와 씨앗 파종으로 너무나 바쁩니다.
우리도 올해는 묘목을 심기로 해서 거름내기와 밭갈기로 아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밭가는 기계가 고장이 났습니다.
묘목을 옮겨심기를 하려면 밭의 고랑을 파야 하는데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기계를 고쳐야 함은 정말 급한 일이기에 남편은 지체없이 농협의 기계 수리 하는 곳으로 기계를 가져갔습니다. 그 곳에는 우리처럼 기계가 고장이 난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벌써 일 주일 전에 수리를 하려 기계를 맡긴 사람들도 아직까지 수리를 못할만큼 일이 밀려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의 묘목 옮겨 심기를 미룰 수는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부탁을 하기에도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자기 일에 바쁘니 우리 일을 부탁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하던 우리 앞에 녹슨 사람이 끄는 쟁기가 보였습니다.
예전에 시어른께서 급할 때 사용하시던 기계였지만, 요즘은 기계로 밭을 갈다보니 창고 구석에서 녹이 슬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사람이 끄는 쟁기는 앞사람이 끌고 나가면 뒷 사람은 쟁기를 눌러 밭을 가는 형태입니다.
우리 부부는 아쉬운 마음에 둘이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처음으로 하는 쟁기질이라서 여간 힘이 드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앞에서 끌면 내가 뒤에서 쟁기를 사용하였습니다.
뒤에서 따라가는 것만도 숨이 턱에 찼습니다. 그러니 앞에서 끄는 남편은 땀을 비오듯이 흘렸습니다.
보다 못한 내가 역할을 잠시 바꾸어 가며 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하는 일인지라 요령이 부족해 힘은 더 드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자꾸 하다 보니 조금씩 능력있는 소가 되어 갔습니다.
저녁이 되자 밭에 고랑이 모두 파여지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가 함께 소가 된 보람에 밭을 보는 기분은 뿌듯했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쟁기를 끌던 소를 생각했습니다. 나야 힘들다고 투정이라도 해가며 일했지만, 소는 주인이 이끄는대로 앞으로만 나아갔을텐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가 소가 되고 나서 비로소 소의 마음을 알게 되었고, 어른들이 왜 소를 식구처럼 대하며 키우셨는지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50이 넘은 이 나이에도 느끼고 배울 것이 있다는 것을 오늘 또 알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