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사람은 고향사람이 좋듯

난생 처음으로 술을 배운 것은 제 나이 ‘불과’ 열 일곱 살 때였습니다. 당시는 지금과는 사뭇 달리 고향 천안까지를 휩쓴 소주 브랜드로 학 세 마리가 선명한 ‘삼학소주’라는 게 있었지요.
하지만 그야말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마셔본 그 소주는 반 병을 채 마시기도 전에 제게 ‘만취’라는 몽롱한 기분을 안기며 아예 쓰러지게까지 만들었습니다. 이후 제게도 국방의 의무를 다 하라는 징집영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절친한 죽마고우와 함께 공사현장에 나가 막노동을 했지요.
요즘처럼 기온이 차가운 때면 일거리도 별로 없어 겨우 얻은 막일조차 실로 소중했습니다. 아울러 해가 서산에 걸릴 무렵에야 겨우 끝나서 받는 일당 5천 원은 매우 소중하였지요. 그렇게 받은 일당에서 1천 원씩을 모아 선술집에 가 소주를 두부와 김치를 안주 삼아 마셨습니다.
이러구러 세월은 강물을 거스르는 쾌속선의 속도로 흘러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었습니다. 그러고 나니 술이란 장르에도 소주뿐 아니라 맥주, 막걸리, 인삼주, 소곡주에 이어 와인과 연미주, 그리고 구기자 외 실로 다양하고 맛좋은 술의 세계가 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어제는 제게 ‘할아버지’라는 완장을 파게 해 준 처조카의 첫돌잔치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리고기에 소주와 맥주까지를 동원하여 푸짐하게 점심을 잘 얻어먹었지요. 이처럼 지금도 술을 즐기지만 술이란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급속도로 이어주는 징검다리라는 관념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그제는 또 지역에서 열리는 <2012 대전 국제 푸드 & 와인 페스티벌>이 있어 가 봤습니다. 와인 글라스(3천 원)를 하나만 사면 무료로 와인을 마실 수 있다는 소문에 인파가 구름처럼 모였더군요. 주지하듯 와인 (wine)은 포도의 즙을 발효시켜 만든 서양 술입니다.
그런데 그 가격이 실로 천차만별하여 싼 건 한 병에 1만 원으로도 살 수 있지만 비싼 건 실로 상상할 수조차 없는 고가까지를 형성하고 있답니다. 따라서 저처럼 가난한 서민으로선 감히 넘볼 수 없는 세계가 바로 와인이라고도 하겠습니다.
하여간 기왕지사 구경을 간 김에 평소 고급술의 대명사로 꼽는 <한산소곡주>를 한 병 샀습니다. 또한 그 많고 넘치는 술중에서도 제 눈길과 관심을 더욱 고조시켰던 건 <금산인삼주>와 논산의 <가야곡왕주>, 그리고 청양 <운송구기자주>에 이어 천안의 <연미주>와 <입장탁주>, 또한 당진의 <신평양조장 막걸리> 등 고향산 술들이었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고 사람은 고향사람이 좋듯 제 입엔 역시 우리 충남산 술들이 제일 입에 맞는 때문임은 구태여 사족이라 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