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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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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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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농촌에는 서리가 없습니다,.

어제는 황당하고 속상했습니다.
늦게 심은 들깨가 아까워서 깻잎 하나도 손대지 않고 잘 가꾸었습니다.
그 더위와 태풍에 버텨주는 들깨가 고마워서 비오듯 하는 땀을 참아가며 풀도 매고 거름도 주고 정성을 많이 들였습니다.
매일 들깨밭에 가서 격려도 해 주고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보답이라도 하는 양 들깨가 커 가는 모습이 대견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들깨꽃이 지는 모습을 구경하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그렇게 애지중지 하면서 키운 들깨의 잎이 하나 둘 씩 사라진 겁니다.
요사이는 추석 밑이라서 성묘객들이 부쩍 늘더니만 그들의 손을 탄 겁니다.
내가 들깨에게 들인 정성을 모르고 보기 좋고 비싼 들깨를 본 손이 그만 욕심을 부린 겁니다.
얼마나 화가 나던지 참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냥 두면 나보다 남이 다 따 갈까봐 나도 나머지 들깨잎을 따 왔답니다.
게다가 들깨밭 옆에 있는 밤나무도, 아직 익지않아 벌지도 않은 새파란 밤을 털어 갔지 뭡니까.
지금은 예전과 달라 농촌에 서리라는 것은 없는 겁니다.
예전이야 전부 동네 주민이든지 친척이라는 것을 알기에 눈 감아 줄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처럼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가지고 가는 농산물은 서리가 아닌 절도입니다.
농부들끼리는 아직까지도 순수함이 있어 서로 나누어 먹을 수 있지만, 도시인들은 그런 농부들의 마음을 훔칠 권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농부들의 땀이 들어가 있어 그 만큼의 수확을 기대하는 겁니다.
아무쪼록 도시인들이여!
시골에 성묘가거들랑 돈 주고 사는 것이 아닌 것은 탐내지 말지이다.
추석을 앞두고 농부가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