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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사자성어 유감

다시금 한 해를 마감해야 하는 즈음에 들어섰다. 이 시기가 되면 쉬 인용되는 말이 “다사다난했다”고들 한다. 한데 올해 역시도 이같은 빙자엔 한 치의 틈도 보이질 않으니 이 다사다난이란 말은 어쩌면 동서고금의 불변의 이치가 아닐까도 싶다.

주지하듯 다사다난(多事多難)은 ‘여러 가지 일도 많고 어려움이나 탈도 많음’을 나타낸다. 이에 더하여 교수신문은 지난 12월 7일부터 16일까지 전국의 각 대학 교수 30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36.8%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을 꼽았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우화집 <여씨춘추>에 나오는 말로써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 라는 뜻이다. 이는 또한 자기(自己)만 듣지 않으면 남도 듣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비유하는 것이다.

아울러 결코 넘어가지 않을 얕은 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말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강행처리와 아울러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 등 찬반 양론과 의혹이 넘친 2011년을 하지만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려는 작금의 시류에 걸맞는 적절한 사자성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올 한 해 정국은 여전히 상충과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 했으며 서민가계는 얼추 파탄지경에 이르렀다. 종교에서는 쉬 이 세상을 일컬어 고해(苦海)요, 또한 우리(인간)는 이런 세상에서 죗값을 치르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속담이나 설화(說話) 등에서는 저승보다는 이승이 좋다고 이야기 한다. 그래서 심지어는 “개똥밭을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도 했다. 그렇지만 헐벗고 굶주린 민초들에 있어서 이 험악한 겨울은 악마보다 더 두려운 법이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또 다른 사자성어론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하는 격’이란 뜻으로 탐욕스러운 관리가 백성을 착취하는 일을 비유하는 여랑목양(如狼牧羊)과, 3위엔 ‘갈림길이 많아 도리어 갈 바를 모른다’는 뜻의 다기망양(多岐亡羊)이 그 뒤를 이었다는데 이같은 풍자 역시도 현 정권의 민심이반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라 하겠다.

혹자가 이르길 정직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착하다는 점이고 그들은 또한 늘 그렇게 손해만 본다고 했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개인이든 정권이든 간에 불변치 말아야 할 것은 초심(初心)의 견지라는 것이다.

더불어 진부한 얘기겠지만 예전부터 우리네 조상님들은 자식을 키우는 것을 농사에 비유했다. 그리곤 김매기부터 잘해야만 비로소 나중에 좋은 수확을 얻을 수 있음을 늘 상기하며 엄하게 교육시켰던 것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불변의 패러다임이 왜 정치권에선 말짱 도루묵이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앞으로라도 연말이 되어 뽑는 사자성어가 ‘엄이도종’은 말고, 명실상부(名實相符)와 명불허전(名不虛傳) 따위의 흐뭇함으로 고착화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