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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아파트, 입주불능 사람들


일요일인 어제, 책을 빌리려고 S도서관에 갔다. 한데 주변엔 흡사 마천루와도 같은 고층의 아파트가 즐비하게 서 있어 그에 따른 그늘이 확연했다. 그제의 심한 비로 말미암아 어제 오전부터 기온은 이미 급강하한 상태였다.

순간 ‘지금도 그늘이 져서 추운데 한겨울에 눈이라도 흠뻑 내리는 날이면 여긴 눈이 녹지 않아 어쩌면 하루 종일 빙판길이 될 듯...!’ 싶었다. 그처럼 아파트가 우후죽순처럼 서 있는 장소는 예전 6.25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주로 기거하던, 소위 ‘달동네’였다.

그러나 이제는 상전벽해만치로 그렇게 변모하고 보니 우리 사는 사회는 역시나 변화무쌍의 세상으로 보였다. 하지만 유독 그렇게 변화하지 않는 건 바로 빈부격차의 해소라는 사실이다.

그래서 새로이 생긴 저 큰 아파트에 기존의 거주민들, 혹은 세입자가 들어가자면 아마도, 아니 필시 불가능할 것임은 자명한 이치로 보였다. 여하튼 그런 마음을 접으며 책을 빌렸는데 그 중의 하나가 <복지국가 스웨덴>(신필균 저 / 후마니타스 간)이었다.

주지하듯 스웨덴은 세계 제일의 복지 선진국이다. 한데 오늘날 스웨덴을 그처럼 복지국가의 으뜸으로 이끈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그건 “국가는 모든 국민들을 위한 ‘좋은 집’이 되어야 한다.”는 스웨덴 특유의 복지국가 창출이념에서 기인했다.

스웨덴은 역사적으로 목재와 철광, 그리고 수력(水力)이라는 세 가지 천혜의 조건을 가진 나라였다. 그랬음에도 이 나라는 지난 19세기만 하더라도 유럽의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다. 그랬던 나라가 1960~70년대에 이르러 세계 정상급의 부국(富國)으로 우뚝 올라선 까닭은 바로 자국 국민의 복지에 대한 철학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복지는 무엇인가? 그것은 질병과 노령, 실업과 사고 등의 위험에 대한 사회적 보장, 그리고 그에 대한 예방장치에 더하여 사회적 돌봄과 함께 육아와 교육, 노동 보호 등의 안전하고 촘촘한 복지 인프라이다. 스웨덴은 그같은 기조의 철학이 그야말로 톱니바퀴처럼 잘 굴러왔다.

스웨덴 정부는 소득재분배 정책을 통해 국민의 소득과 사회서비스의 최저선을 보장하는 것을 사회정책의 기본 목표로 하고 있다. 임신 및 출산에 대한 소득 보장은 물론이며 자녀를 부양하는 가족에 대한 사회보장조차 치밀하기 그지없다.

날씨가 추워지니 빈곤층에 대한 연탄 무료 제공 등이 뉴스를 타기 시작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그같은 선심은 한 때 반짝 하는 이벤트이자 기실 빈곤층으로선 동족방뇨(凍足放尿)임을 모르는 국민은 아마도 없을 터이다.

이 책을 보노라면 우리나라엔 없는, 치밀하고 철저한 복지정책의 이모저모에 그만 부러움을 지나 차라리 허탈함의 종착역에까지 닿기에 이른다.